

경북 안동에서 또 한 권의 옛 조리서가 발견됐다. 고성이씨 간서 이정룡(1798-1871) 선생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음식절조'(飮食節造)라는 책이다. 이 책에 자하주(紫霞酒)가 소개됐다.
전북의 대표적인 누각(三寒)으론 무주 한풍루(寒風樓)와 남원 광한루(廣寒樓), 전주 한벽당(寒碧堂)이 있다. 한풍루는 수 많은 문인묵객들이 찾아와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되어 글을 남기며 풍류를 즐겼다. 호통화통하게 살다간 기인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도 무주 한풍루(茂朱 寒風樓)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다.
‘보허사 노래하던 집 신선들이 흩허지니 / 고루(高樓) 따로 서서 거오(巨鰲) 탄 형상이라/반가운 손이 와서 뜻밖에 만났으니 /자하주(紫霞酒)에 실컷 취해 거들며 노닐밖에//고요한 밤 달 밝은데 여울이 꽁꽁 얼고 / 찬 구름 바람에 쏠려 눈산이 우뚝하이 두어라/백화난만(百花爛熳)한 늦봄을 기다려 /꿈결에 물새 따라 강뚝 거닐어 보세’'
자하주'는 신선이 마시는 술로, 신선은 보라색 운하(雲霞)를 타고 다니는가 하면 자하주 를 마신다는 전설이 있는데, 무주는 신선이 사는 곳이었다는 의미다.
임제의 '면앙정부'와 춘향전에 '자하주' 가나온다. 이도령이 백년가약을 맺으려고 춘향집을 찾자, 이런 날을 대비해서 그동안 준비했다며, 월매가 산해진미와 갖가지 술을 내놓는다.
‘대(大)양푼 가리찜, 소(小)양푼 제육찜, 풀풀 뛰는 숭어찜, 포도동 나는 매추리탕에 동래(東萊) 울산(蔚山) 대전복 대모 장도 드는 칼로 맹상군(孟嘗君)의 눈썹처럼 어슷비슷 오려 놓고, 염통산적, 양볶이와 춘치자명 생치 다리, (중략) 이적선 포도주와 안기생 자하주와 산림처사(山林處士) 송엽주와 과하주, 방문주, 천일주, 백일주, 금로주(金露酒), 팔팔 뛰는 화주, 약주, 그 가운데 향기로운 연엽주 골라내어(중략) 불한불열(不寒不熱) 데어 내어 금잔 옥잔(玉盞) 앵무배를 그 가운데 데웠으니(후략)’
'운영전'과 '구운몽'에도 자하주가 나온다.
2009년 8월 정부는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전통술이 아직도 복원되지 않고 있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와 위스키, 서양 포도주에 밀려 우리의 기후와 풍류를 닮은 술이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주군과 무주문화원은 한풍루를 국가 보물로 승격시키기 위해 학술적 · 역사적 ·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 기회에 자하주 스토리를 입혀 문화관광자원화로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