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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주머니
 

[이종근의 행복산책]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26일(한국 시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미나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나리는 한국인의 강인한 근성을 잘 드러내주는 특별한 채소다. 연꽃처럼 더러운 물을 정화하면서도 사철 청정한 푸른빛과 향기를 유지한다. 악조건을 이기고 다시 일어나는 한국인의 악바리 근성을 똑 닮았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초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자신만의 농장을 만드는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과 생계를 위해 익숙치 않은 병아리 감별사 일을 시작한 엄마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장난꾸러기 막내 데이빗(앨런김)이 한국에서 미나리씨를 가지고 온 할머니 순자(윤여정)와 묘한 화음을 이루며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미교포 2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실제 미국 남부 아칸소라는 작은 시골 농장에서 자랐는데,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이 채소들 중 가장 잘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가족의 사랑에 비유해 영화를 만들었다.
미나리는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에 해독과 혈액을 정화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나타나 있는 등 약용으로 많이 쓰여왔다. 또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하여 탕이나 회무침 등 음식재료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최근 들어  ‘퀘르세틴’이라는 항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나리에 얽힌 고사도 있다.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철’이 바로 그것. 숙종 때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권력투쟁 당시 대중은 인현왕후를 사철 푸른 미나리에 빗대 편을 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채근(采芹)이라 했다. 이는 미나리를 뜯는다는 뜻으로 나라의 훌륭한 동량을 발굴해서 키운다는 의미로 생각해왔다.
미나리는 주·야간 온도 차이(남원 12.5℃,  전주 10.2℃)가 큰 곳에서 자라서 그 향이 진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미나리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하기 때문에 춘곤증을 없애는 데 좋아 봄철이 제격이다. 그래서 ‘아무리 맛 좋은 남원의 미나리라도 여름 것은 먹을 것이 못 된다’는 말까지 생겼다. 그래서 진상품으로는 남원의 미나리가 올려졌다.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에는 전국 미나리 중 남원 미나리가 최고라고 기록했다. ‘줄기가 마늘줄기처럼 꽉 차 있고, 향기가 일품’이라고 극찬한 것처럼 겨울철 묻어두어 노랗게 된 파와 무 순을 참기름 양념에 무쳐낸 미나리 나물은 남원의 식당 어디에서고 기본적으로 올라오는 반찬이다.
서울의 왕십리도 그렇지만, 전주의 선너머(중화산동 화산서원 일대)에도 미나리밭이 그렇게 많아서 완산팔미에 들었었는데, 미나리가 자라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아주 어려운 일을 능수능란하게 한다는 뜻의 ‘선너머 아가씨 미나리 다듬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조선시대 당시 전주 지역에 서원이라는 곳이 있었고 ‘선(서원) 너머’란 현재 중화산동 인근의 미나리꽝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 일대 미나리는 줄기가 연하고 겨우내 물속에서 자라 그 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미나리 한 포기를 캐어서 씻습니다. 다른 데 아니라 우리 님에게 바치옵나이다. 맛이야  좋지 않습니다마는 다시 맛보아 보소서' 이 시조는 전라감사 유희춘이 봉안사(奉安使)로 전주에 온 박순과 함께 전주에서 노닐 때 지은 '헌근가(獻芹歌)'이다.
『여씨춘추』의  ‘벼슬에 있지 않는 이가 살찐 미나리를 캐어서 임금께 바치고 싶다‘는 구절에 착안해 살뜰한 연군의 정을 표현하였다.  하기야 미암 입장에서는 선조에게 무엇이든 못 바치랴. 그를 등용하여 특별 승진시켜준 이가 선조 아니던가.
미나리는 씻어서 그냥 또는 회와 함께 먹거나 나물을 해 먹어도 좋다. 매운탕에 미나리를 살짝 넣어 먹는 맛은 그만이다. 아삭한 식감에 향긋한 미나리 향이 혀를 감싸고 돈다. 입 안 가득 봄이다. 어제 윤여정의 수상 소식과 함께 매운탕 한 그릇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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