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구가 6일부터 11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서 열두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 자리는 ‘회화 작품으로 만나는 산성마을’을 테마로 미술애호가들을 만난다.
이택구가 낫으로 가늘고 긴 낭창낭창한 왕죽을 한웅큼 베어 왔다.
이 봄날, 합죽선에 돌 하나 올리고, 별 하나 얹고, 바람 하나 얹고, 시 한 편 얹고, 그 위에 인고의 땀방울을 떨어 뜨려 소망의 돌탑 하나를 촘촘하게 쌓아 당신에게 ‘진경산수 편지’를 띄운다.
작가는 전시 소개 작품을 진경산수라고 했다.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작가 나름대로 재해석한 가운데 개발한 조형언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진경산수화를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재해석한 것.
서문암지에서 전주시가 보이는 정경은 50호 크기를 자랑하면서 이 전시의 속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작의 하나다.
작품은 탄화목에 조각칼 등 각종 도구로 형상을 파내는 일로부터 비롯된다.
이어 우레탄을 부어 모형을 뜬 후, 전주한지 죽에 물풀을 섞어 건조해 각각의 작품을 완성한다.
때문에 탄화목 바로 그 자체도 작품이거니와 한지죽으로 만든 것도 또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대 행여! 시린 마음 달래려거든 산성마을로 오라. 허름한 가슴은 희뿌연 물안개에 보듬어 달라 하고, 상심 일랑 정한 계곡 물 속에 그대로 묻어두어라.
시나브로, 전주 산성마을 햇살은 비단결처럼 포근하고 수정처럼 맑다.
서학동의 두루미 두어 마리가 반겨 주는 듯 활개를 친다.
하루살이 떼가 눈 앞을 스쳤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무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이 마을에서는 말이다.
청량한 바람은 맑고 청아해서 꿈길을 걷는 듯 행복한 새벽길을 펼쳐놓는다.
하룻밤 한 치 두 치의 꼼꼼한 계산으로는 이룰 수 없는 생의 심연으로 가득하다.
하얀 꿈 하얗게 사위어가면서 깊고 푸른 꿈 이곳에서 영글어간다.
불어난 산성천 계곡물은 가람을 에두르고 물이끼는 돌의 이마에서 한층 짙푸르다.
계곡의 청량한 바람은 맑고 청아해서 꿈길을 걷는 듯 행복한 새벽길을 펼쳐놓는다.
꽃향기에 취한 발걸음 다독이며 조심스레 다가서고 있다.
당신의 예쁜 얼굴을 보려거든 우물로 가고, 우리네 본디 모습 보려거든 산성마을에 닿을 일이다.
금빛 햇살이 어찌나 유혹하는지 자연의 향기따라, 이름 모를 들꽃 향기따라 촉촉히 상념에 젖어본다.
어느센가, 지붕 같은 하늘채에는 흰구름이 윤무하고 침실 같은 대지와 출렁이는 남고산성 하늘 밑엔 푸른 산과 꼬막 등 같은 사람의 집, 아름다운 산하가 천년의 세월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흐르고 있다.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앞다투어 쑥쑥 커 가면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산성마을의 자연은 그렇게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넉넉함, 겨울의 순결한 눈꽃을 통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는 오늘에서는.
작품엔 전주 곤지산 흡월대(吸月臺)가 보인다.
지금은 흔적없이 사라졌지만, 전주시립도서관을 오르는 왼쪽 수도골목 정상을 말함이다.
흡월대는 여섯 개의 달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첫 번째 달은 하늘에 떠 있는 실경 달이고, 두 번째 달은 전주천 물살을 희롱하는 멋의 달이다.
세 번째 달은 잔속의 담겨있는 맛의 달이다.
네 번째 달은 동기(童妓) 눈동자 속 느낌의 달이며, 다섯 번째 달은 마음을 누르는 절제의 달이다.
여섯 번째 달은 12줄 가야금 선율로 따 낸 산수 간의 풍류 달이다.
그대여! 오늘, 당신 닮은 옥색 한지를 샀다. 내 맘 가득 담은 종이 위에 물길 트이고 소슬한 바람도 살랑살랑, ‘고향의 골목’ 고샅이 사라진 지금 삶이 소살거리는 이곳에 마실을 나왔다.
어느집 작은 안마당 장독대에 석양빛 서서히 내리고 있다. 붉은 햇살은 처마에 걸터 앉았다가 한 나절 잘 쉬었다 간다고 인사를 한다.
운문산 반딧불이가 산성천에 무리지어 서식한다.
관찰하기 좋은 시간은 기온이 19~20도로 떨어지는 오후11시 30분~다음날 12시 30분경까지 많이 출몰한다. 관찰 구간은 관성묘에서부터 삼경사 입구까지다.
산성마을은 남고사에서 전주부중으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는 전원적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라 하여 ‘남고모종(南固暮鐘)’으로 일컬어지며 ‘완산8경’의 하나로 꼽혔다.
또, 이 일대는 동문지, 북장대, 억경대, 만경대, 남고진사적비, 남고사, 삼경사 등 문화유산이 기라성처럼 많다.
남고산성 성벽을 가다보면 만나는 만경대 바위에는 고려말 정몽주의 '천길 바위머리 돌고 돌아'로 시작하는 우국시가 새겨져 있다.
덤으로, 산책로를 따라가면 삼국지의 관운장을 모신 관성묘(關聖廟, 전북 문화재자료 제5호)를 만날 수 있으며, 바로 인근엔 '묵로 이용우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싱그러운 온고을 쥘 부채 하나 손에 쥐고 고샅 어귀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오늘이다. 그래서 전주는 예나 지금이나 ‘온(ON)고을’이다.
도도한 물결에 이 조그만 종이 조각배를 살포시 접어 이곳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살듯한 정을 오롯이 담아 슬로시티(slow city) 편지를 보내는 오늘.
작가의 도도한 흐름, 그 길은 넓고 길다. 디뎌온 길도 디뎌갈 길도 단단하다. 느릿하고 느긋하다.
온고을 ‘전주’의 전설과 문학, 스토리가 모두 만나는 오늘, 이 조그만 조각배 서신에 살듯한 정을 담아 보낸다.
이 모두가 이번 전시회에 여러분들과 함께 만날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