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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주머니
 

[이종근의 행복산책] 다 때가 있다


언젠가 외잎 줄기 줄기에 빽빽하게 열린  대추나무를 보았습니다.

다리 하나로도 기죽지 않고 힘찬 모습으로 살아가는 콩나물이 생각나는 오늘에서는.

새 열매가 늘면서 굽어지기 시작하다가 나무 끝이 둥글게 땅으로 내려와 아치를 이룬 대추나무를 볼 때마다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한동안 짜증과 함께 자신감이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를 가르쳐 줄 사람 하나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만 하는 환경하며, 특별한 자랑 거리 하나 없는 자신에게 언제나 불만으로 넘쳐나던 시절이었습니다.

장마가 심하던 어느 날, 대추나무를 보다가 코끝이 찡해지고 짠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키만 큰 나무, 받쳐주는 곁가지가 없어 미풍에도 기우뚱 휘청거리면서도 참, 당당하게 살아간다. 호우로 인해 종종 날벼락을 맞으면서도, 가지가 많은 탓에 바람잘날이 없는데다가, 풍찬노숙하는 괴로움에, 가지가 일부 부러지는 아픔을 묵묵히 견디면서 '유독 형제자매가 많은 내 친구처럼' 잘도 성장했구나.

알맹이가 굵어갈수록 활처럼 휘어가는,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깨알같은 열매를 맺으면서 무게를 참아내야 하는 고충이 눈물겹도록 애처롭지만 가을까지 바지런히 참아오면서 모두에게 빨간 선물을 주고 있구나.

‘벽조목(霹棗木)’이라 불리는 벼락 맞은 네가 예로부터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 이유를 좀 알것 같다'

 '내 땅이다 네 땅이다' 다투거나, '무거워 죽겠는데 내 다리에다 왜 발을 들어 얹느냐', '옆구리를 왜 파고드느냐'고 대거리 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대추나무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풍요와 다산을 약속하는 대추 열매를 꿈꾸어 보면서 먹장구름같은 생각들을 조용히 걷어냅니다.

비 갠 뒤의 태양은 언제나 찬란합니다. 무지개를 통해 희망의 사닥다리를 놓기도 합니다.

 '막내딸 이쁜이가 대추를 안 준다고 울지 않기'를 바라며,  스스로 흔들어 그의 밑에 몇 개만 떨어쳐 놓고 싶습니다.

간밤의 비바람과 싸우는 등 고행의 깊은 절망으로부터 벗어난 대추나무가 햇빛에 그 잎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저 만큼 높아 갔고 그 투명한 물빛 아래서 대추 알알들이 자랑스럽게 미풍을 타고 있었습니다.

외줄기 대추나무의 모습에서 내가 살아 내야 할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바로 그 아래에 서 있습니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대추 한 알에도 사랑이 있고 고통이 있습니다. 대추나무 한 그루에도 시련이 있고 실패가 있습니다. 심지어 벼락 맞아 죽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도 때, 때, 때를 읊조리며  나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입술을 굵고 짧게 깨뭅니다.

세상만사, 다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 날이 오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만사, 다 때가 있습니다. <페친 이미경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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