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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주머니
 

[이종근의 행복산책] 해우소2


“먹는 것만큼이나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똥은 먹은 것을 그대로 드러내지요. 비워지는 순간에도 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신이 보지 못하는 제 속을 다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똥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다보면 버려지는 것과 나의 간극이 좁아지고 더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줄어 듭니다.”

 비우며 느끼는 정직함이란다.  “비우니까 시원하지요. 잘 비울 때의 행복감은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와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되지요. 하지만 먹는 것은 행복해 하면서도 버리는 행위는 금기시하고 외면하지요. 버려야 할 것을 제대로 버리지 못하면 그것이 근심이 되고, 근심은 병이 되고, 결국 내 인생을 흔들어 버립니다. 버릴 것을 즐겁게 버리면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길 수 있습니다.”

 몸이 이럴진대, 우리의 삶이야 말해 무엇하리.

 “일상이 번잡해지고 머리가 혼탁해지는 것은 뭔가를 잡아쥐고 때문입니다. 비우면 안에서 시끄러웠던 것이 사라지면서 고요하고 맑아져, 정신이 산란할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비움에서 얻는 기쁨이란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똥 싸는 마음가짐. 해우소에서 볼일을 보는 것마저도 나와 모든 이들에게 이롭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필요한 일이란다. 실상사가 선택한 해우소가 지금의 모습인 이유다. `싸는 것’조차 수행으로 여겼으니, 해우소는 가장 일상적인 수행의 장소인 셈이다.

 해우소에는 다른 건물들과 달리 유독 살창이 많다. 살창은 어둑신한 해우소 안을 밝히는 자연조명시설이다. 또 환기시설인 동시에, 무엇보다 뒷일을 보면서까지도 자연을 가까이 접하고 나누며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철학적 도구인 셈이다. 있되 없는 듯 끊임없는 소통이 이뤄지는 곳. 해우소의 지향이다.

 불어난 계곡물은 절을 에두르고, 물이끼는 돌의 이마에서 한층 짙푸르다. 계곡의 청량한 바람은 맑고 청아해서 꿈길을 걷는듯 행복한 새벽길을 펼쳐놓는다. 암키와와 수키와로 만들어진 토담의 멋스러움과 아주 큰 굴뚝을 보는 사이, 대숲에 이는 바람 고운 울림을 내며 스쳐 지나간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나와 모든 이들에게 이로운 행위가 되길 바라는 마음. 몸 속의 것을 비워내듯 욕심도 근심도 두려움도 버려지길 발원하는 곳.  불통과 욕망의 세상을 살며 오늘도 해우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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