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들어 폴란드 발트해 해안에서도 군산 옥도면 야미도에서 발견된 ‘SELTERS(젤터스)’ 인장이 찍힌 병과 유사한 물건이 발굴됐다. 폴란드 그란스크 국립해양박물관 고고학자 토마즈 베드나르즈 박사와 폴란드 고고학자들은 발트해 12.2m 아래에서 난파선을 발견한 바, 이 난파선에서도 200년 된 ‘SELTERS’ 인장이 찍힌 도기 병과 코르크 마개, 도자 편 등이 함께 나왔다.
폴란드와 러시아 영토에 걸쳐있는 북유럽 발트 해 남동부 그단스크 만 수심 12.2m에 잠들어있던 난파선 속에서 발견된 이 생수병은 진한 갈색 빛깔로 오랜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길이 30㎝에 생산 연대가 1806~1830년도 사이로 추정되는 이 생수병은 당시 만들어진 맥주병, 와인병과 유사한 형태로 보이는데 겉면에는 '젤터스(Selters)'라는 상표 문구가 적혀있다. 젤터스는 19세기 당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끈 독일의 고급 미네랄워터(광천수) 브랜드로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광천수(鑛泉水)는 땅 속에서 솟아난 샘물로 칼슘·마그네슘·칼륨 등의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그단스크 해양 박물관 연구진에 따르면, 생수병이 발견된 난파선은 19세기 당시 발트 해를 오고가던 무역선박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Selters는 BC400년 켈트족이 Artesian우물을 Salterissa(양질의 소금을 품은 가치 있는 샘물)라고 명한 것에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또는 AD100 - 300년 로마어 Acqua Saltare(샘솟으며 춤추는 물)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오늘날 Selters는 유럽에서 오랜 기간 상류층문화어로 뿌리내리면서 탄산 광천수(탄산 미네랄워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Selters의 수원지는 8,000-12,000년 전에 내린 빗물이 수백만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두터운 암반층을 뚫고 지하 35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무공해 빗물이 두께만 60m에 이르는 암반층을 뚫고 흐르면서 풍부한 미네랄, 무기질, 미량원소 및 천연 탄산을 품은 신이 인류에 선사한 청정수로 명성을 높이게 되었다.
2002년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리 해역에서 발견된 ‘SELTERS’ 인장이 찍힌 독일의 도기 병이 왜 발굴됐을까. 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이 한중일 선박의 주요 뱃길이었을 뿐만 아니라 19세기 해상 운송로였던 것을 추정하게 한다.
1,000여 년간 고려시대 도읍이자 국제적인 상업 중심지였던 개경(개성)으로 가다 고군산군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배에서 발견된 도자기들이 발견됐다. 2002년 4월 군산 비안도 인근에서 소라를 잡던 잠수부들이 청자를 발견한 것이 시작이다.
고려시대 때 중국을 잇는 무역항이었던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비롯, 야미도·신시도·무녀도 등 63개 섬으로 이뤄졌다. 전북 지역의 수중 문화재 조사는 군산~김제~부안을 잇는 새만금 방조제(33.9㎞) 건설을 위한 대규모 물막이 공사로 인해 바닷속 물길이 바뀌면서 펄 속에 묻혀 있던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화됐다.
그 결과,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십이동파도선을 비롯, 고려청자와 닻돌, 철제 솥, 시루, 밧줄 등 1만5,000여 점의 유물이 빛을 봤다. 이 가운데 청자상감국화문합과 청자상감국화문잔 등 고려청자 2900여 점을 수습했다.
이때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리 해역에서 ‘SELTERS’ 인장이 찍힌 도기 병을 박모씨가 발견한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 데사루 해역에서 발굴된 독일 도기 병, 폴란드 발트해 해안에서 나온 도기 병과 모양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도톰한 입술부와 짧은 목의 이 병은 어깨 부분 한쪽에 손잡이가 붙어 있고, 반대편에는 동그란 인장과 명문이 찍혀 있었다. 인장은 왕관을 쓴 사자 한 마리를 중심으로 ‘SELTERS’라는 문자가 둘러싸고 아래에 ‘○○○THUM NASSAU’라는 명문이 있었다. 이 병은 2002년 신고된 이후 국가 귀속 절차를 거쳐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됐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이 한중일 선박의 주요 뱃길이었을 뿐만 아니라 19세기 해상 운송로였던 것을 추정하게 한다.
병에 찍힌 ‘SELTERS’는 독일 타우누스산맥의 헤센주 젤터스(Selters) 지역에 있는 수원지에서 공급된 천연 광천수 브랜드다. 이 광천수는 청동기시대부터 알려진 유명한 천연 탄산수로, 현재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젤터스’ 샘물의 기원이다. 16세기에 귀족과 왕족을 중심으로 이 광천수 수요가 많아졌다. 젤터스 광천수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에 도기로 만든 병에 담아 전 세계로 수백만개가 수출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