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듸림부채'는곡식에 섞인 까끄라기나 검부러기를 날리는 부채다. 듸림부채의 ‘듸림’은 ‘무엇을 들이다.’라는 뜻으로, 바람을 불러들이는 부채라는 말이다. 전북에서는 부뚜부채라고 부르며, '한국토지농산조사보고2-경기도·충청도·강원도'에서는 풍선(風扇)으로 칭하면서 경기도의 인천과 장단군에서 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토지농산조사보고3-경상도·경기도·전라도'에서는 ‘곡식 날리는 부채(穀扇, 곡선)’로 적혔다.'부뚜'는 곡식의 잡물을 날리기 위하여 바람을 일으키는데 쓰는 돗자리를 말한다. 내용지역에 따라 ‘부뚝(경남 영산)·풍석(風席)·북두’라고도 하는데 '해동농서'와 '월여농가'에는 붓돗(颺席)으로 적혀 있다. 너비 50㎝, 길이 250㎝ 정도의 자리로, 손으로 쥐기에 편리하도록 ‘부뚜손’이라는 둥근 막대가 붙어 있다. 사용 방법은 '농사직설'에 “긴자리의 가운데를 밟고 양끝을 들어올린다”라고 쓰여 있듯, 발로 가운데를 밟고 양끝을 손으로 쥐고 흔들어 바람을 낸다. 이것을 부뚜질이라고 하는데 다른 한 사람이 곡식을 높이 들고 조금씩 쏟아내리면서 곡식에 섞여 있는 검부러기나 쭉정이 등을 바람으로 날린다.
부채와 5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방화선 선자장(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이 낫으로 가늘고 긴 낭창낭창한 왕죽을 한웅큼 베어 왔다. 돌 하나 올리고, 별 하나 얹고, 바람 하나 얹고, 시 한 편 얹고, 그 위에 여름의 땀방울을 떨어 뜨려 소망의 돌탑 하나를 촘촘하게 쌓았다. 방선자장은 곱장원선, 까치태극단선, 방아실부채(듸림부채), 화엽선, 태극선, 세미선(통영의 부채)을 만들 줄 알며, 복원도 할 줄 안다.
또, 최근엔 곱장단선(옻칠), 곡두연엽선(채화칠, 옻칠), 곡두오엽선, 단청선녀선, 선녀선민화, 선녀선목어, 주칠오엽선, 선녀선주칠, 태극옻칠선, 알태극유지선, 목단알태극 등 무수히 많은 작업을 바탕으로 전통을 재현, 그 맥을 잇고 있다. 그가 만드는 태극부채선의 경우, 대나무 선별 작업(2-3년생)부터 마디 자르기 등 자룻대 및 사복박기 등 48개의 과정을 거쳐 명품으로 태어난다.
방선자장은 민가에서 사용한 단선은 물론, 궁중에서 약을 다릴 때 쓰는 듸림부채을 완벽하게 복원, 눈길을 끌고 있다. '듸림부채' 의 뼈대는 댓가지나 가는 통대로 얽고 앞뒤 양쪽에 한지를 여러 겹으로 발랐으며 한끝에 긴 자루를 붙였다. 그리고 자루와 몸 사이 한두 곳에 가로로 띠를 잡아매어서 힘을 받도록 하였다.한 사람이 말 따위에 올라서서 키에 담은 곡식을 천천히 흘리거나 넉가래로 떠서 공중으로 흩뿌릴 때 이를 두 손으로 쥐고 위아래로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킨다. 선면의 위쪽이 넓고 아래쪽이 좁거나, 선면의 길이가 길어 오리발을 연상케 하는 ‘듸림부채’의 응용들을 통해 심미의식의 발현과 예술적 탐색의 징후들을 보여준다. 또, 옛 문살틀이나 목재로 만들어진 생활 용품들을 오브제로 사용해 이를 부채와 연결시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독특한 미학도 선보인다. 어제 날씨는 듸림’부채가 생각날 정도로 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