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삼정도와 사인검
우리 군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면, 삼정검(三精劍)이란 칼을 받는다. 이 칼에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장성(將星)들에게 수여하는 칼이라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이 칼은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했을 때 처음 받게 된다. 대통령이 장성 진급자들에게 수여하는 칼이지만, 항상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 것은 아니다. 국방부장관이 대신 수여하는 ‘전수’ 형식으로 전달한 경우도 많았다. 주요 보직을 받은 장성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진급·보직 신고를 할 때도 이 칼이 등장한다. 이 때 대통령은 장성들이 가지고 있는 삼정검에 일종의 장식인 ‘수치’를 달아준다.
삼정검에는 육·해·공군 3군이 일체가 돼 호국, 통일, 번영의 세 가지 정신을 반드시 달성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원래 장성 진급자들에게는 지휘봉만 수여했지만, 1983년에 처음으로 칼을 수여했다고 한다. 당시의 명칭은 삼정도(三精刀)였다.‘검(劍)’과 ‘도(刀)’는 여러 가지 차이점과 구별 기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쪽에만 날이 있는 외날 칼을 ‘도’라고 하고, 양쪽에 날이 있는 양날 칼을 ‘검’이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삼정도는 외날을 가진 ‘도’이고, 삼정검은 양날을 가진 ‘검’이다. 국방부는 2006년 5월 2일 “별을 처음 단 장군에게 대통령이 하사하는 ‘삼정도’의 모양을 기존 외날에서 양날로 하고 이름도 외날에서 양날로 모양이 바뀐 만큼 칼의 이름도 ‘삼정검’(三精劍)으로 바꾼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삼정검을 처음 만들 때 형태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시대의 칼이 사인검(四寅劒이다. 이는 ‘호랑이의 해, 호랑이의 달, 호랑이의 날, 호랑이의 시간(寅年, 寅月, 寅日, 寅時)’에 쇠를 두드려 만든 칼을 말한다. ‘인년, 인월, 인일’에 만든 칼은 삼인검이라고 부른다. 조선시대에는 용의 해에 만드는 진검(辰劍) 혹은 삼진검이라는 칼도 있었다. 사인검은 장군들에게만 하사하는 칼은 아니었다. 사특한 기운을 물리치는 상징성을 담은 칼이기 때문에 문·무에 상관 없이 주요 신료들과 왕실 주요 구성원들에게 하사할 수 있는 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정검 칼날의 다른 면에는 명장 이순신(李舜臣)이 남긴 명구인 ‘필사즉생, 필생즉사 (必死卽生, 必生卽死)’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다. 원래 국방부에서 생각한 후보 문구는 두 가지였다. 또 다른 후보는 안중근의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였다.
삼정도는 길이 100㎝, 무게 2.5㎏이다. 과거에는 국방부 장관이 준장 진급자에게 삼정검을 주는 게 관행이었으나, 문대통령은 2018년부터 삼정검 또는 수치를 직접 수여했다. 군 사기를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수치엔 장성의 보직과 이름, 임명 날짜, 수여 당시 대통령 이름이 수놓아져 있다. 문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식에서 원인철 합동참모본부의장으로부터 보직신고를 받고 원 합참의장의 삼정검(三精劍)에 수치(綬幟·끈으로 된 깃발)를 수여했다. 삼정검을 뽑아서 휘두를 때 힘이 더 강한 게 아니다. 칼집 속에서 더 힘이 강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