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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케렌시아


투우장의 소는 극심한 흥분과 공포에 빠져 있다. 붉은 천을 향해 소는 미친 듯이 돌진한다. 뒷덜미엔 투우사가 내리꽂은 창이그대로 매달려 있다. 탈진 직전까지 내달리던 소는 피범벅이 된 채 어딘가로 달려간다. 소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피난처, 케렌시아다.

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뜻한다.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위협을 피할 수 있는 경기장의 특정 장소를 머릿속에 표시해두고 그곳을 케렌시아로 삼는다. 이곳에서 소는 숨을 고르며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에너지를 모은다.

투우장의 소에게 케렌시아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라면,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휴식 공간이 케렌시아다. 케렌시아는 집, 카페, 영화관, 갤러리 등 저마다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집은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정서적 만족감에 가치를 두고, 보다 적극적인 휴식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방의 조도를 낮춰 카페와 같은 은은한 분위기로 꾸미거나 음악이나 영화 감상에 몰입할 수 있는 취미 공간 등으로 집을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집외에도 퇴근 후 좋아하는 예쁜 카페를 찾아가는 것, 끼니도 대충 때우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불편까지 감수하며 맛 집을 찾아가는 것 또한 케렌시아다.

직장 또는 작업 공간에 놓인 책상을 자신만의 취향대로 꾸미는 것도 일종의 케렌시아다.

좋아하는 물건으로 책상을 꾸며 직장에서도 자기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 이른바 ‘데스크테리어(deskterior)족’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어로 책상을 뜻하는 데스크(desk)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데스크테리어’는 책상이나 작업대 등을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 자신만의 공간에서 행복감을 얻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떤 형태이든 케렌시아의 주요 키워드는 ‘자기집중’이다. 집이든, 밖이든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토닥여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핵심이다.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아직은 대중이용시설이나 공간을 이용하거나,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지만, 향후 코로나19가 안정됐을 때 잠시 눈을 돌려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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