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야기주머니
 

[이종근 행복산책] 발효와 부패


고려 공양왕 시절, 이성계는 새 나라를 건국할 뜻을 품고 전국의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산신령의 허락을 받고자 후한 제의를 행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8도 명산의 산신령들은 이성계가 나라를 건국하는 것을 모두 허락했지만 유독 회문산만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성계는 무학대사와 함께 회문산 만일사에서 백일제를 지내기로 했습니다. 산신령이 백일이 되는 날 밤 꿈에 나타나 “네 정성이 갸륵해 내 허락을 하여 주노라. 그러나 대사를 도모할 천시가 아니니 너는 백성 없는 왕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절에 천일향을 시주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 되지 말고 섬기는 자가 되도록 하여라.” 했다고 합니다.
“장군은 이제 다 끝난 일을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하십니까?” 무학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신기하게도 그도 같은 꿈을 꾸었던 것입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지만 셋째 아들 방원과 불화가 심해져 둘째 아들 방과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궁궐을 떠나 외유중이었습니다. 그는 무학대사와 함께 다시 한 번 만일사를 찾아 며칠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는 혹시라도 시줏돈이 적어서 지금과 같은 신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만일향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만일향을 시주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절 이름을 ‘만일사’라 고쳐 부르도록 했다고 하며, 이를 내력을 조그마한 돌에 새겨 세웠다고 합니다. 본래 순창은 옥천(玉川)고을이고, 이름 만큼이나 물맛이 일품입니다. 또, 서해안 염분과 지리산 바람이 만나는 지점으로 발효균이 활동하는 최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같은 까닭으로 서울에서 순창 사람이 고추장을 담가도 제 맛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도 회문산 8부 능선에 자리한 만일사에서 담근 고추장을 최상품으로 칩니다. 비법은 회문산의 물, 바람, 햇볕의 조화에 있다고나 할까요?

발효와 부패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둘 다 미생물에 의한 작용의 결과라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단지, 이를 나누는 기준은 인간의 필요에 적합하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우리의 목적에 맞으면 발효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패라고 하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술과 김치는 발효이고 음식이 변질되는 것은 부패라고 합니다.

세균 , 미생물, 곰팡이 등이 음식물에 번식을 하여 바뀌는 것을 부패나 발효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의 반응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발효는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단백질을 분해하면 부패가 되고 탄수화물을 분해하면 발효가 됩니다. 같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무엇을 분해시키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몸에 나쁜 역할을 하도록 바꾸는 것은 부패라 하고, 몸에 더 좋은 역할을 하도록 바뀔 때는 발효라고 합니다. 부패하게 되면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몸이 상하고 발효하게 되면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하게 합니다. 사과가 썩으면 먹을 수 없게 되지만, 발효가 되면 사과 식초가 되어 몸에 이롭게 됩니다. 감도 그렇습니다. 곰팡이는 주변을 썩게 만들지만, 유산균은 모두를 잘 익게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부패는 썩은 상태, 발효는 익은 상태라고 하는데, 달리 표현하면 부패는 가치를 훼손시킨 상태이고, 발효는 가치를 계발시킨 상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패되느냐 발효되느냐에 따라서본래 존재가 가지고 있던 가치가 달라지게 됩니다. 사람들에게도 이를 받아들여지는 것은 언제나 다릅니다

음식이 발효되면 잘 익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잘 익으면 진국이라고 말합니다. '나 자신이 곰팡이가 되지 않고 유산균이 되어 발효된 인간, 잘 익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이외수의 하악하악 중에서)

그래서 부패와 발효의 결말은 다릅니다. 둘 다 오래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부패된 것은 버려지게 되고 발효된 것은 가치있게 여겨져 사랑받게 됩니다.

부패한 사람이 아니라 발효된 사람이 되고 싶고, 제대로 숙성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을 썩게 만드는 일도,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고, 당신을 익게 만드는 일도,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회원로그인

이슈라인

곽병선 전북지역공동(추)…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

임창현 03-12

전북의 아이들은 행복하지…

이틀 뒤인 3월 4일, …

임창현 03-02

학생 제지·분리 법제화,…

학생 인권 및 교육단체들…

임창현 02-21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이 없습니다.

자료실

기타

실시간 인기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