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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달빛은 사랑도 기다림으로 바꾼다


디지털 시대에는 고화질, 선명한 색감의 사진을 얻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3분 만에 찍는 증명사진, 디지털 카메라에서 탈피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면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오래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정성스러운 행위, 그리고 사진이 나오기 전 잠깐의 기다림에서 우리는 잊지 못할 사진이 생겼다고 느낍니다.
아날로그에 대한 높은 관심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필름카메라와 필름 사진, 그중에서도 흑백필름 사진에 대한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산 월명동 달빛마을을 총총 빠져나와 조금 더 걷다 보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지인 초원사진관이 나옵니다.
1998년 개봉한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첫 작품입니다. 가수 김광석의 활짝 웃고 있는 영정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본인의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시한부 환자가 소재이지만 끈적하고 축축한 이전의 충무로 멜로들과는 다르게 특유의 담담한 터치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이 정서는 차기작 '봄날은 간다'까지 이어져 지금까지도 한국 멜로 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한때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 본체의 후면을 열어 별도의 필름을 끼워 넣고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찍어야 했습니다.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도 없을 뿐더러 촬영을 마친 후에는 사진관에 필름을 맡겨 사진으로 인화되기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다림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지에 대한 궁금증, 기대와 함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나 등과 같은 걱정이 공존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다림이 사라졌습니다. 어떤 일이 되었건 신속한 반응과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어 기다림이라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비효율적이나 비생산적 등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사진뿐만이 아닙니다. 주문을 하면 당일에 물건을 받을 수 있고 혹 당일이 어렵다면 적어도 다음날이면 해결됩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거의 바로 검색내용이 화면에 표시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기다림의 시간이 발생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약간의 불편함이라도 참을 수 없다면 기기를 바꾸고 주문처를 바꾸고 소프트웨어를 바꾸기도 합니다.

초원사진관의 서술어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해 봅니다. 영화 속 주인공 정원의 대사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습니다”라는 문장도 덩달아 생각납니다.

문득 찾아든  서늘한 날씨가 주차단속을 나온 영화 속 다림처럼 내 마음에 딱지 하나를 떼고 갑니다. 그 마음의 주차위반 딱지에 저도 짧은 한 줄 낙서 같은 편지를 적어봅니다. “달빛은 사랑도 기다림으로 바꾸네”라고.

기다림이 사라진 곳에는 신속함과 효율성이 남습니다. 그런데 신중함과 효과성까지 남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있어야 남습니다.
기다림은 관계에 있어 여유이고 일에 있어 여백입니다. 여유와 여백이 있으면 관계의 폭은 넓어지고, 깊이는 깊어집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괴테]

"Life is not speed but direction" [Johann Wolfgang von Goethe]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에 초조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시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요.

달빛은 사랑도 기다림으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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