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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주머니
 

[이종근의 행복산책] 까치밥


옛 조상들은 감을 수확하면서 감나무의 감을 모두 따지 않고 몇 알씩 그대로 나무에 놔뒀다고 했다. 까치 등 겨울나기 새들이 날아와 겨울 양식으로 쪼아 먹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새 먹이로 남겨 둔 열매가 ‘까치밥’이다. 옛 어른들은 사람만이 아니고 새들에게 까지도 나눔을 실천했다. 가진 것을 나눈다는 말은 많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맘때면 가난하고 어렵고 외로운 이들을 향한 ‘나눔의 손길’이 기다려진다. 몸과 마음을 녹여줄 포근하고 정겨운 자선의 손길이다.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보람과 기쁨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공유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까치에게 밥을 주는 풍속. 지역에 따라 까치를 까마귀로 인식하기도 하여 까치밥주기를 ‘까마귀밥주기’라 하기도 한다. 까치밥 혹은 까마귀밥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까치나 까마귀가 와서 먹으라고 소쿠리에 담아 처마 끝이나 장독대 혹은 담장 위에 놓아두는 밥이다. 진안군 진안읍 물곡리 종평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찰밥을 해 먹고 그것을 까마귀가 먹으라고 밖에다 내버리며, 전주시 효자동 마전마을에서는 약밥이나 밥을 까마귀나 까치가 먹으라고 내놓으며, 장수군 천천면 삼고리 운곡마을과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 동하마을에서는 밥을 지어 물에 말고 거기에 고기도 조금씩 떼어 놓아서 집 밖의 깨끗한 곳에 갖다 놓으면 까막까치가 와서 먹는데 이것을 ‘물밥’이라고도 한다. 익산에서는 마당에 밥과 나물을 놓고 까막까치가 무엇을 먹는가를 분간한다.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원심곡마을에서는 보름에 찰밥을 먹고 반찬도 여러 가지 장만하여 갖다 버린다.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 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 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 주고 있지 않으냐’ 이는 송수권의 시 ‘까치밥’이다. 이 작품은 '까치밥'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가치의 중요성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짚신을 남기시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까치밥을 따는 서울 조카 아이들을 대비시켜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그 지위에 맞는 '도덕적 의무감' 이다. 높은 지위든 낮은 지위든 사람들은 모두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높은 지위' 만을 말하고, 그것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지위만을 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이 사람들의 높은 지위에 부합하는 도덕적 양심과 거기에 합당한 도덕적 행동을 이른다. 한국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양반들이 많이 있다. 구례 유씨는 곳간체에 별도로 뒤주를 만들어 놓고 일부러 구멍을 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알아서 조금씩 쌀을 가져가도록 하였고, 당장 먹을 양식도 없던 흉년에 면민들을 위해서 전체 호세를 대신 내주며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최선을 다하였던 나눔과 베풂의 모범 정읍 김영채 등이 있다.

 까치밥은 까치의 몫만이 아니다. 직박구리, 찌르레기도 함께 한다. 나눠 먹을 줄 알고 힘든 철을 지나야 새 봄을 꿈꿀 수 있다는 섭리를 보여 준다. 함께의 '같이'가 '가치'라는 걸 일깨워 준다. 완주군 소양면의 한 감나무 높은 가지에 누군가 남겨놓은 까치밥에 물까치들이 반가운 듯 달려 들었다. “새들도 먹고 살아야지…” 까치밥은 날짐승들을 위해 남겨둔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까치밥’을 남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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