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 이보게 친구 내 복숭아 그림 받소
전주 복숭아가 조생종 계통인 월봉, 일천백봉이 출하되기 시작, 잇따라 출하됩니다.
복숭아하면 이중섭화백이 생각납니다. 어느 날, 병석에 누워 있는 시인 구상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도화지에 그린 그림 한 장을 친구에게 주었는데, 거기에는 복숭아 속에서 한 동자가 청개구리와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림을 주면서 그가 시인에게 말했습니다. “그 왜 무슨 병이든지 먹으면 낫는다는 천도복숭아 있잖아! 그걸 상(常: 시인의 이름)이 먹구 얼른 나으라고. 요 말씀이지.” “이중섭의 인품은 천진(天眞) 바로 그것이었다”고 구상 시인은 추억했습니다. 천진이라는 말은 좋게 쓰면 성자와 같다는 것을, 나쁘게 쓰면 바보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상 시인에게 있어서 이중섭은 전자에 가까웠던 모양입니다.
또다른 이야기도 전하고 있습네다.
화가 이중섭은 그림 그릴 도화지가 없어 담배갑 속에 있는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야 할 만큼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중섭은 친구에게 문병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과일이라도 사들고 갈 만한 돈도 없었던 이중섭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복숭아라도 사 가야 하겠지만 지금 나는 돈이 없다. 하지만 그 복숭아를 그릴 수는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한 이중섭은 친구에게 주기 위한 복숭아 그림을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다 그리던 날, 그림을 들고 친구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습니다. “여보게, 나 왔네. 많이 늦었지?”, “자네가 와 주었구만. 그 동안 자네가 무척 보고 싶었다네”, “나도 빨리 오고 싶었지. 그런데 말이야, 빈손으로 오는 게 미안해서 말일세”, ‘아니, 이 친구야. 자네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우리 사이에 빈손이면 어때서 그래”, “그래서 과일 대신 이걸 가져왔지”, “이게 뭔가?”, “자네에게 주려고 며칠 동안 그린 그림이지. 천도화야. 옛말에 천도화를 먹으면 무슨 병이든 낫는다고 했다네. 자네도 이 그림을 보고 어서 일어나길 바라네”
이중섭의 말을 들은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위해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려온 친구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이중섭의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이중섭은 가난해 병이 든 친구에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 선물로 주었습다. 이중섭은 그림을 그리면서 내내 친구의 건강을 빌었을 터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더운 오늘, 아삭한 복숭아 한 입 깨물면 열심히 달려오던 더위도 저 만치 달아나겠지요.
풋열매 뽀얀 털에 감싸여 햇살 안고 있는 듯한 미소를 보이는 복숭아가 당신같아 모처럼 웃어봅니다.
향긋함과 달콤한 과즙맛은 당신의 향기입니다.
수줍은 새색시 모습같은 살결은 당신의 순수입니다. 발그레 탐스런 복숭아 황홀한 맛에 취하고 싶습니다.
동방삭처럼 형벌을 달게 받을지라도 묽게 익은 복숭아 한잎 꽉 물고 싶은 유혹입니다.
내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을 상대방에게 전한다면 얼마나 기뻐할까요? “꿀맛 복숭아 먹어 보세요" 이중섭이 생각나는 오늘 복숭아 한 입 입에 물고서 하늘담은 전주에서 하늘닮은 당신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