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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공부족


꽃샘추위에 바람은 차갑지만 전주시 공무원인 이균태·김연숙(가명)씨의 마음은 여유롭다. 봄햇살보다 따듯한 행복감이 30살 동갑내기 연인 곁에 와 있기 때문이다. 선망의 대상인 공무원이 됐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이들에게 '미래'를 불안해하는 또래들의 우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른바 ‘공시생’으로 힘든 경쟁률을 통과한 대다수 공무원은 공무원부부 '공부족'을 꿈꾼다. 공부족은 두 번 취직하고 은퇴 이후를 덜 걱정한다.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게 첫 취직이라면 결혼은 두 번째 취직이다. 공부족의 생활은 일반 직장인이나 외벌이 공무원보다 덜 팍팍하다. 결혼했다고 해서 사기업처럼 한쪽 배우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최근 10년 사이 공부족이 30∼40대를 중심으로 공무원 사회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5명 중 1명 이상은 배우자 역시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모두가 공무원인 ‘공부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부족’은 2018년 기준 21만3128명으로 전체 응답 공무원(95만6,096명)의 22.3%를 차지했다. 공부족은 매년 느는 추세다. 2008년에는 19.9%(응답자 81만6,163명 중 17만4,323명)였던 공부족은 2013년 22.1%(88만7,191명 중 19만6,003명)로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부족 비율이 10% 넘는 곳이 적지 않았다. 더러는 신규 남자직원은 인원 자체가 적다 보니 대부분이 공무원 커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가족 공무원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더 많다.

공부족이 부러움의 대상인 것은 맞다. 직장과 가정 생활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업무 부담은 직급별, 직종별로 다르다. 일반직 공무원은 대체로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시도, 중앙 부처로 올라갈수록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 외부의 시선과 달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공부족이 내놓는 하소연이다. 가족 공무원이 느는 건 신분 안정성 등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안정적인 직업, 배우자를 찾는 성향이 커진 실태를 보여준다. 공시족, 공부족이 늘어나는 세태가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들이 같은 울타리 안에서 '끼리끼리' 결혼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반영하는 사례다. 또, 좋은 직장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경제적 이유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젠, 이전 세대와 달리 신세대 공무원은 학력이 높아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일정 부문 충족될 것 같다. 당신도 공부족을 꿈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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