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행복산책] 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합니다. 앞의 '미침'은 미치려고 하는 행동에 무게를 뒀고, 뒤의 '미침'은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미침의 가치에 힘을 실은 말입니다. 미쳐야(狂) 미치(及)고, 미치려( 及)면 미쳐(狂)야 합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는 죽어도 좋다는 말입니다. 죽음을 선언하고 사는 사람은 죽어서 사는 인생이 됩니다.
이같은 인생 앞에서는 문제란 이미 문제가 아닙니다. 미쳐야 미칩니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습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고는(不狂) 미칠 수 없다(不及)는 뜻입니다. 어순을 좀 고쳐 말하면, 미치려면(及) 미쳐야(狂) 한다는 것이며, 이는 한 분야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광기와 열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미치는 것(狂)은 무엇을 통해 가능한가요. 그것은 벽(癖,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대상에 대한 습관(癖)이 굳어져 대상과 나의 분별이 없어지는 것이 광(狂)입니다. 김득신(金得臣)의 ‘독수기(讀數記)’ 즉 어떤 책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자주 읽었느냐를 기록한 것에 따르면, 백이전(伯夷傳) 11만3,000번, 노자전, 능허대기 의금장 등 2만 번, 중용서(中庸序) 귀신장 제구양문(祭歐陽文)등 1만 8,000 번, 龍說(용설) 2만 번으로, 이 때의 1억은 지금의 10만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백이전 읽기를 1억1만3,000번이라 한 것은, 실은, 11만3,000번이나 읽었다니 참 놀랍지 않은가요. 가수 어렵지 않아요. 한 가지의 노래를 만 번 정도만 하면 됩니다.
조금 더 비약하자면, 이는 호접지몽의 극점이라는 한한자 정민교수의 주장입니다. 일찍이 폴 마이어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파브르는 곤충에 미쳐 있었습니다. 포드는 자동차에 미쳐있었습니다. 에디슨은 전기에 미쳐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미쳐 있는가를 점검해 보십시오.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 미쳐있는 그것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미치광이처럼 그 일에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습니다. '마음을 다 쏟는다면 귀신과도 통할 수 있습니다'(思之思之鬼神之사지사지귀신통지).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나를 온전히 잊는 몰두 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한 시대를 열광에 한 지적, 예술적 성취 속에는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의 소산입니다. 열광하지 않는 자,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없습니다.
미쳐야 미칩니다! 제대로 미쳐야 미칩니다! 어중간하게 미치면 제가 미칩니다! '야 이 미친 놈아' 참 듣기 좋은 칭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