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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소란스런 사막을 걸어도 쌍봉낙타는 선인장을 먹으며 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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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근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2-04-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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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임금으로서 수십 마리의 낙타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폐해가 백성들을 상하게 하는 데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며, 또 받기를 사양하면 그뿐인데, 어째서 (태조 왕은 낙타를) 굶겨 죽이기까지 하였습니까?”(충선왕)

“우리 태조가 이렇게 한 까닭은 장차 오랑캐의 간사한 꾀를 꺾고자 한 것이든, 아니면 또한 후세의 사치하는 마음을 막고자 한 것이든, 대개 반드시 깊은 뜻이 있을 것입니다.”(이제현) -<고려사절요> 권1 중에서

942년 거란이 고려에 화의를 청하려고 낙타 50마리를 선물로 보냅니다.

태조 왕건이 왕위에 오른 지 25년째 되는 해였다. 고구려, 발해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었을까요.

<고려사절요>를 보면, 태조는 “거란이 일찍이 발해와 더불어 화친을 맺고 있다가 갑자기 의심하고 배반할 마음을 일으켜 옛 맹세를 돌아보지 않고 하루 아침에 멸망시켜 버렸으니, 이는 도의가 없음이 매우 심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왕의 불호령으로 거란에서 온 사신 30명이 유배됩니다. 낙타는 개경의 만부교 아래 매어두고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낙타 50마리가 집단아사했습니다.

만부교를 ‘낙타교’로 불리게 한 이 사건은 한반도 동물사 중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후대의 26대 충선왕(재위 1308~13)은 굶어 죽은 낙타를 불쌍해한 것 같다. 낙타를 거란에 돌려보내도 될 텐데 굳이 굶겨 죽인 이유는 무엇이냐고 그가 묻습니다.

신하 이제현은 “나라를 일으켜 후대에 전해주는 군주는 멀리 내다보고 깊이 생각함의 정도가 훗날의 사람들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라며 “어리석은 신하가 가벼이 논의할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라고 답합니다.

낙타는 두 종이 있습니다.

등 위에 봉이 하나인 단봉낙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널리 퍼져, 봉이 두 개인 쌍봉낙타는 중앙아시아에 각가 삽니다.

낙타는 혹독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막으로 갔습니다.

경쟁과 이기, 소란스러운 사회생활이 질려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친구를 포기한 대가는 그러나 가혹합니다. 사막보다 척박한 환경은 지구상에 없습니다.

선인장도 먹는다는 낙타는 어떤 동물일까요?

아라비아 낙타는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선인장을 잘 먹습니다. 낙타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단단한 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입속 피부가 두꺼운 덕에 아무리 뾰족한 식물일지라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약 15cm 길이의 뾰족한 가시가 달린 선인장일지라도 녀석들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낙타는 사막에 버틸 수 있도록 제 몸을 바꾸었습니다. 두꺼운 털은 한낮의 더위와 한밤의 추위를 막아주고, 단봉과 쌍봉은 지방을 축적하고, 혈액은 수분을 저장하고, 탄탄한 근육은 피로를 버티는 수단으로 진화시켰습니다.

낙타는 한달 넘게 먹이와 물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습니다. 개성 만부교의 낙타가 한 달 이상을 버텼던 이유입니다.

쌍봉 낙타는 평정을 잃거나 서두르지 않습니다. 땡볕이 내리쬘 때도 눈부셔 뒤돌아서지 않고 고개를 쳐들고 태양에 맞섭니다.

긴 목과 머리로 작은 그늘을 몸에 만들어 최대한 체온을 낮춥니다. 과격은 자신을 해합니다. 험한 환경과 공포를 고독히 헤쳐갈수록 존재는 묵묵해지고 진중해집니다.

쌍봉 낙타는 느리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기로 소문난 동물입니다. 낙타에게서 ‘지혜’를 찾는다는 것이
매우 생소하지만, 사실 낙타에게서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참 많습니다.

인생의 위기 앞에서 굴복할지 강해질지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사람과 환경마다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전략은 위기를 인식하고 버티는 것입니다.

위기는 언제나 두렵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성장의 원동력임을 기억하며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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