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야기주머니
 

[한재숙 그림책 이야기]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강물처럼 말하는 것일까?
처음 표지를 봤을 때는 앞표지와 뒷표지를 채우며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리고 눈을 감고 강물과 하나가 된 듯한 아이의 모습에서 서정적인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면지의 강물은 잔잔하지 않고 휘몰아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떠올리는 강물은 잔잔히 흐르는 것인데 이런 느낌의 강물이라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아이는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를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웅얼거릴 수 밖에 없다.
학교에 갈 때까지 말하지 않는 아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 모든 아이들이 돌아다 본다.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고 색이 번져 보인다. 반 아이들의 얼굴표정이 보이지 않아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표정과 교차하는 것들이 보인다. 입에서는 소나무 가지가, 까마귀 소리와 달빛이 보이지만 아이들은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꼼짝도 하지 않는 아이의 입안에 아침의 낱말들로 가득 차 있다.
아이가 하교길에 아빠를 만나게 되고, 아빠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짐작하게 된다.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강가로 간다. 작가가 캐나다 태생이니 캐나다의 자연경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는 아빠와 강을 따라 걸으면서 발표시간이 자꾸 떠오르게 된다.
아빠는 아이를 끌어안고서 강물을 보여준다.
아빠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강물은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 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친다.
아이는 아빠의 말을 듣고 눈을 감는다.
아이가 눈을 뜨면 두 페이지가 펼쳐지면서 네페이지의 강물을 표현해주고 있는 장면이 압도적이다.
펼쳐진 페이지에 보이는 햇빛에 비친 강물이 반짝반짝이는 것이 감동이다.
아이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서 온 몸으로 강물을 느끼게 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빠른 물살 너머의 잔잔한 강물은 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이며 반짝거린다.
아이의 입도 그렇게 움직인다. 아이가 했던 것처럼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다.
아이는 강물을 보고, 아빠를 통해 힘을 얻게 되고 학교에 가서 발표를 하게 된다.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서, 그 강에 대해서 말한다.

조던 스콧은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시인으로 활동했고, 이 작품은 그의 첫 그림책이자 자전적 그림책이다. 시인이 써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시드니 스미스 작가의 그림은 선이 없이 붓터치로만 표현되어 그림도 마음 울림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강물은 어딘가에서는 휘몰아치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강물을 보며 아이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고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그 조그마한 입술로 거의 입을 움직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다시 천천히 조금 더 입을 벌려서 말하기를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크게 발표를 한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선생님이 바라보고 있고 반 아이들이 모두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머릿속이 하얘지고 소리는 입속으로 기어들어간다. 가슴은 쉴새 없이 큰 소리로 요동칠 것이다.
하지만 발표하고 나면 아이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안도감과 함께 엷게 번져가는 미소가 떠오른다. 아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수업이 재미있어지고 다음 시간이 기다려질 것이다.
이번 주에 만나는 아이들이 발표할 때 강물처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의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더듬으며 말을 하는지는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 장애나 말더듬이 없다 하더라도 내가 힘든 상황이라면 이 아이가 읇조리는 말들을 격하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가만히 따라해 보자.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회원로그인

이슈라인

곽병선 전북지역공동(추)…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

임창현 03-12

전북의 아이들은 행복하지…

이틀 뒤인 3월 4일, …

임창현 03-02

학생 제지·분리 법제화,…

학생 인권 및 교육단체들…

임창현 02-21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이 없습니다.

자료실

기타

실시간 인기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