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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주머니
 

[한재숙 그림책 이야기] 엄마생강


나도 우리 엄마처럼 멋진 엄마가 된 거예요.
어디로 가든 아기들은 제 몫을 다 할 거예요.
나는 향긋한 생강차가 되었어요.
엄마처럼 포근히 추운 마음을 안아줄 거예요.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올 때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차 한 잔이다. 목감기나 기침감기에 걸렸을 때 유자차나 생강차를 두 손으로 감싸면 달큰하면서도 코 끝에 매운 듯 자극적인 향이 감기를 멀리 날려버리는 것 같다.

지난 겨울 엄마는 손수 지으신 샛노랗고 튼실한 생강을 한 박스 내 손에 들려주셨다.
“올해가 마지막 농사야. 시어른 가져다 드려라. 씨생강으로 쓰시라고 전해.”
매년 엄마가 담아주시는 생강청과 몸의 염증을 없애준다면서 만들어주신 생강환을 더는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즈음 만난 최섬 작가의 『엄마생강』은 작가의 SNS를 통해 표지를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다.
처음엔 ‘엄마생각’인가 했다가 아이들이 열광하는 피*츄를 닮은 것이 생강인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한대로 보인다더니 생강이 생각으로 보이다니......
표지의 까만 땅속에 노란 존재감을 드러내는 엄마 생강. 손을 잡거나 몸에서 뻗어나간 것이 아이들 생강이었다. 뿔처럼 보이는 잎을 머리에서 뻗으며 웃고 있는 생강이 든든해 보였다.
책표지를 펼치면 앞뒷면 가득 땅과 하늘을 구분한 선명한 검정과 파랑이 시선을 잡는다. 이야기내내 함께 등장할 개미, 지렁이, 두더지, 달팽이, 나비 그리고 화려한 꽃무늬 일바지를 입은 신발의 주인을 따라가는 것도 그림책을 여러 차례 다시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샛노란 면지를 넘기며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향긋한 이야기!
아이들도 엄마품을 좋아하고, 어른들은 엄마품을 그리워하면서 읽게 될 것이다.
깜깜한 땅속에서 엄마를 찾는 생강. 우리는 보통 땅을 표현하면 황토색 땅을 표현하는데 작가는 생강의 입장에서 캄캄한 세상을 맞이하는 생강의 시선으로 땅을 표현한 것 같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면서 엄마를 찾는 생강. 하지만 물을 주면서 생강을 돌보는 것은 꽃무늬 바지를 입은 신발의 주인이다.
엄마를 찾는 생강에게 아기들이 생겼다. 엄마가 된 것이다.
우리가 엄마 곁을 떠나 결혼을 하고 아기엄마가 된 그런 느낌이었을까? 엄마생강은 이제 엄마를 찾지 않고 아기생강들을 챙기며 환하게 웃는다.
매콤달콤한 향기를 뿜으며 자라난 아기 생강들은 엄마생강으로부터 멀어져가다가 꽃무늬 바지의 할머니 손에 이끌리어 헤어지게 된다.
엄마와 헤어진 아기생강들은 상자에 담겨 제 몫을 다할거라며 떠나가고, 엄마생강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기생강들을 생각한다.
추워지는 어느 날, 할머니와 할머니를 닮은 손녀는 생강밭에서 이시락(상품성이 없어 수확하지 않은 작물)을 주워모은다.
이시락으로 할머니와 손녀는 얼어붙은 몸을 녹여내는 엄마생강으로 향긋한 생강차를 만들어 생강차를 음미한다.

최섬작가는 생강의 이야기와 함께 꽃무늬 일바지를 입은 허리굽은 할머니가 농사를 짓고 손녀와 함께 생강차를 통해 정을 나누는 장면을 같이 풀어놓았다. 엄마생강이 아기들이 생긴 것을 받아들이며 기뻐하는 장면에서 땅 위에서는 할머니의 손녀가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온다.
할머니, 딸, 손녀의 3대가 여름을 보내며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생강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암개미들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러 떠난다.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면 할머니는 아기생강을 캐내게 된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기대감에 찬 생강과 엄마와 헤어짐에 두려워하는 생강도 있다. 부모를 떠나고, 자녀를 떠나보내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이다. 우리를 떠나보내는 부모님도 그러셨을 것이고,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녀들을 보는 부모의 마음도 그림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 손에 의해 아기생강들과 헤어지는 엄마생강이 나오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누렁이는 잘 살펴보면 마지막에 엄마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아기생강들이 상자에 담겨 팔려가는 장면에서 보이는 삼례 9KM 전주 20KM라고 써있는 이정표다. 전주에 살기에 여기가 어디쯤일까 무척 궁금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눈 내린 밭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이시락을 거두어들이는 장면은 사소한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진다.
손녀와 생강차를 나누는 할머니의 방안에서 할머니의 추억과 살림살이들이 보이고, 세대를 이어주는 생강차의 사랑이 느껴지기도 한다.
누렁이는 그새 7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는 것도, 할머니 칠순에 손녀가 엄마품에 안긴 것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대를 이어가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과 다음 세대에게 힘을 주는 모습이 그림으로 잘 표현이 되어 있고, 선명한 색상과 종이의 질감을 잘 표현하여 보는 즐거음이 있다.
작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그림책을 기획했다고 했다. 작가의 공간에 들러 생강차를 마시면서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며 봄을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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