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물과 전기를 내주는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

6월 29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자 전북에서는 “대한민국에 전북 있나”라는 말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4곳은 광주 군공항 일원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북이 소외됐다는 박탈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북에도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지어 달라”는 요구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물과 전기는 어디에서 가져오는지, 사업으로 생긴 이익은 어느 지역에 남는지까지 물어야 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 지역의 물과 전기, 땅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주민에게 오랜 부담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을, 투자금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발전의 해답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살펴볼 것은 일자리의 질이다. 투자금이 많다고 좋은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계가 많은 일을 대신하는 공장이나 시설은 투자 규모에 비해 계속 일할 사람이 적을 수 있다. 일자리가 몇 개 생기는지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노동시간과 임금은 적절한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 사업을 빨리 추진한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이 어떤 근로조건을 보장할지 투자 유치 단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다음은 전기와 물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우영 본부장은 메가프로젝트에 추가로 필요한 전력을 약 38.4GW로 추산했다. 연간 전기 사용량으로는 약 260TWh다. 이는 2025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596TWh의 약 44%에 해당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생산한 전기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100GW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해도, 예상되는 연간 발전량은 이들 사업에 필요한 전기의 약 58%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부족한 전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를 위한 발전소와 송전탑은 어느 지역에 세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고압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 99개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했다. 여러 인허가 절차를 한꺼번에 처리해 건설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남권에서 생산한 전기 가운데 지역에서 쓰고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전기를 만드는 지역이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에 따른 토지와 경관 훼손 등의 부담을 질 수 있다. 반면 그 전기를 쓰는 산업과 기업 본사, 임금이 높은 일자리는 다른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다. 물도 마찬가지다. 공장에 공급할 물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농사에 필요한 물, 주민이 생활에 쓰는 물, 하천과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까지 충분한지 함께 따져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얼마나 필요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기후·에너지 정책 연구기관 넥스트에 따르면, 발표된 국내 AI 데이터센터 계획은 2035년 기준 약 20GW 규모다. 그러나 주요 고객과 계약을 맺었거나 이용할 곳이 확인된 사업만 반영하면 약 2.5GW에 그친다. 발표된 규모의 8분의 1 수준이다. 계획만 믿고 송전선과 용수시설부터 지었다가 사업이 줄어들거나 중단되면, 이미 쓴 돈과 환경 훼손의 부담은 지역에 남을 수 있다.

지역의 물과 전기, 땅을 내주면서 중요한 결정은 밖에서 하고 이익도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지역은 자원만 공급하는 곳이 된다. 이것이 ‘자원식민지’의 위험이다. 투자를 유치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이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을 얻는지도 따져야 한다.

광주·전남과 전북이 서로 더 많은 공장을 가져오겠다며 경쟁하는 구도도 경계해야 한다. 지역들이 유치 경쟁에 매달릴수록 기업과 중앙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조건을 요구할 힘은 약해질 수 있다.

전북이 요구해야 할 것은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지역 주민과 산업이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여건, 물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의 공개다. 지역이 떠안는 부담에 걸맞게 주민에게 혜택과 수익이 돌아오는 장치도 필요하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에 필요한 산업과 그 규모부터 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실제 수요와 지역이 감당할 부담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기업의 투자 계획에 맞춰 발전소와 송전망, 용수시설을 늘리는 방식에 반대한다. 노동자의 권리와 주민의 삶, 자연환경을 지키는 일을 지역 발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