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웰스빌딩, 지역의 부를 주민과 노동자에게
커뮤니티 웰스 빌딩(CWB)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부가 주민과 노동자의 소득, 일자리, 그리고 공동의 자산으로 쌓이도록 경제의 소유 구조와 자금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우리말로 풀면 ‘지역공동체의 부를 함께 만들기’ 혹은 ‘지역 공동부 형성’쯤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개념은 미국의 민주주의협력연구소와 영국의 지역경제전략센터(CLES)에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여기서 말하는 ‘부’는 단순히 돈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과 생산시설, 토지와 건물, 금융자산은 물론이고, 이 모든 자산을 운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넓은 의미로 품는다. 결국, 지역 내에서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기업과 자산을 소유하고, 누가 이익을 취하며, 또 누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지역 업체의 매출이 늘어도 소유주만 이득을 본다면 공동체 전체의 부가 자란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 전략의 첫걸음은 기업과 자산의 소유 구조를 다양화하는 데 있다. 노동자 협동조합이나 주민 에너지 협동조합, 공공 소유의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와 주민이 소유와 경영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기업의 소유 지분 뿐 아니라 실제 결정권까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공공기관의 구매 방식 역시 중요한 실천 영역이다. 학교와 병원, 지방정부 등에서 이뤄지는 급식, 세탁, 시설관리 등 각종 물품·서비스 구매를 지역 생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설계한다. 이때 단순히 공급업체의 위치만 볼 것이 아니라, 노동 조건, 민주적 운영여부, 지역 재투자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 구매 기준은 국내 계약제도의 특성에 맞춰 세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고용 환경과 노동 조건 개선도 빠질 수 없다. 적정 임금과 안정적 고용, 교육훈련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 기반을 튼튼히 다진다. 노동자 소유 기업을 지원할 때 역시, 단순한 투자만큼이나 노동 환경 평가 또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토지와 건물 역시 지역 주민의 삶에 직접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동체 토지신탁, 공공주택, 공동작업장, 마을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자산이 지속적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토지와 건물이 누구 손에 있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세심하게 주목해야 한다.
금융과 투자 역시 지역의 생산과 주거, 삶을 뒷받침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협동조합 금융, 지역 투자 기금, 노동자 기업인수 지원 같은 방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으로 공동 소유 기업이나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 자금이 단순 지원에 머물지 않고 소유와 운영에 참여를 유도하는 큰 그림 안에서 설계해야 한다. 이처럼 소유, 구매, 노동, 토지, 금융 등 다섯 개 영역이 커뮤니티 웰스 빌딩의 뼈대를 이룬다.
이 다섯 영역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노동자 협동조합을 세워도 자금이 모자라거나 일감 확보가 어렵다면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렵다. 한편, 공공기관이 앞장서 지역에서 각종 물품을 구매해도, 공급기업이 저임금이나 불안정 고용에 의존하면 주민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소유 구조, 판로 확보, 금융, 노동 조건, 공동자산 설계를 모두 한데 엮어 생각해야 한다.
이 전략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주체가 곧 ‘앵커기관’이다. 앵커기관이란 그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쉽게 떠나지 않는 지방정부, 대학, 병원, 공공기관 등을 가리킨다. 이들 기관은 대규모로 인력 고용과 자산 보유, 그리고 지속적인 물품·서비스 구매를 반복한다. 커뮤니티 웰스 빌딩은 바로 이러한 앵커기관의 영향력과 구매력을 지역공동체 발전과 연결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영국 프레스턴의 사례를 보자. 이곳에선 지방정부, 대학 등 주요 지역기관의 구매 내역을 분석해 지역 공급업체의 참여 비율을 높였다. 지역경제전략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12~2013 회계연도를 출발점으로 약 5년 사이 프레스턴 지역 내에서 이뤄진 주요 기관 구매 비율이 5%에서 18.2%로 크게 뛰었다. 협동조합 창업 지원과 생활임금 보장 등도 함께 이루어졌다. 이 수치는 앵커기관 구매 지출 분석을 통해 산출된 것이다.
미국 클리블랜드에서는 병원 등 앵커기관의 꾸준한 구매 수요를 노동자 소유 기업과 효과적으로 이어줬다. 예를 들어,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18년 자사의 세탁시설 운영을 에버그린 노동자협동조합에 넘겼다. 덕분에 병원의 안정적 세탁수요가 노동자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소유 참여로 이어진 셈이다. 에버그린은 기존 중소기업 인수를 통해 노동자 소유 기업으로 전환하고, 자금 지원과 교육, 경영 지원까지 함께 제공하는 기금도 운영 중이다.
여기서 ‘부’라는 말은 단순히 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과 생산시설, 토지와 건물, 금융자산은 물론, 이를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까지 아우른다. 그래서 한 지역 내에서 거래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장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누가 그 기업과 자산을 소유하는지, 누가 이익을 챙기는지,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직접 내리는 주체가 누구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역 내 업체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결국 소수 소유주만의 재산이 커진다면, 공동체 모두가 함께 부를 쌓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전략의 첫걸음은 기업과 자산의 소유구조 자체를 넓히는 데서 시작된다.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주민 에너지협동조합, 또는 공공소유 기업 등을 통해 평범한 노동자와 주민들이 기업의 소유와 운영에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지분 분포만 볼 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결정권이 분산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
공공기관 등의 구매 방식 역시 구체적인 실천 영역이다. 학교, 병원, 지방정부가 쓰는 급식, 세탁, 시설관리 같은 각종 물품과 서비스의 구입을 지역 생산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공급업체가 어디에 위치했는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업체의 노동조건, 민주적 운영, 지역 재투자 계획까지 들여다본다. 이런 구매 기준은 국내의 계약제도에 맞추어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고용과 노동조건의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적정한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 충분한 교육훈련이 뒷받침되어야 주민의 삶이 나아진다. 노동자 소유 기업을 지원할 때에도 단순히 소유구조만 볼 게 아니라 노동환경도 꼼꼼히 평가해야 한다.
토지와 건물은 지역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 실질적으로 이로울 수 있게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동체토지신탁, 공공주택, 공동작업장, 마을 공간 등을 통해 지역 자산이 장기적으로 전체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토지와 건물을 누가 소유하고, 실제로 어떤 목적에 사용하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과 투자 역시 지역의 생산과 생활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협동금융, 지역 투자기금, 노동자의 기업 인수 지원 같은 방식으로, 공동 소유 형태의 기업이나 지역주민 삶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때 자금 지원은 소유와 운영 참여 확대 계획과 같이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소유, 구매, 노동, 토지, 금융의 다섯 가지 영역이 바로 커뮤니티 웰스 빌딩의 기본 틀을 이룬다.
이 다섯 영역은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든다고 해도 일감이나 자금이 부족하다면 사업체는 이내 위태로워진다. 또 공공기관이 애써 지역에서 물품을 구매해도, 그 공급업체가 저임금 불안정 고용에 의존한다면 주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소유구조와 판로, 금융, 노동조건, 공동자산을 한데 어우러지게 설계하는 것이 결국 핵심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곳이 ‘앵커기관’이다. 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쉽게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는 지방정부, 대학, 병원, 공공기관 등이다. 이 기관들은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며, 해마다 일상적으로 물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구매한다. 커뮤니티 웰스 빌딩은 앵커기관의 구매력과 고용, 자산이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도록 만든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 프레스턴에서는 지방정부와 대학 등 주요 기관들의 구매 지출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지역 공급업체의 참여 폭을 넓혔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12~2013 회계연도를 시작으로 약 5년 만에 참여 기관의 구매 중 프레스턴 내에서 쓰인 비중이 5%에서 18.2%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 창업 지원, 생활임금 확대 등도 동시에 추진했다. 이런 수치는 참여 기관들의 구매실적을 근거로 한 분석 결과다.
미국 클리블랜드 사례에서는 병원 등 앵커기관의 꾸준한 구매 수요를 노동자 소유 기업과 연결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18년, 자신들이 소유하던 세탁시설의 운영권을 에버그린 노동자협동조합에 넘겼다. 병원에서 꾸준히 발생하는 세탁물 수요가 곧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유 참여로 이어지게 구조를 짠 것이다. 에버그린은 기존 중소기업을 인수해 노동자 소유 기업으로 바꾸고, 필요한 자금과 교육,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기금 업무도 함께 운영한다.
이 사례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지 협동조합을 만들라고 권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 수요와 자금, 운영지원까지 모두 촘촘히 연결했다는 데 있다. 노동자 소유 기업이 지역경제에서 살아 숨 쉬는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동시에 마련한 셈이다.
이 틀을 디지털 경제에 접목하면 플랫폼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상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달이나 돌봄, 또는 지역 거래 플랫폼을 노동자, 입점 상인, 그리고 이용자가 모두 함께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게끔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의 핵심은 수수료율, 일감 배분, 데이터 활용, 그리고 수익의 사용처까지 모든 중요한 사항을 플랫폼의 참여자가 직접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점에 있다. 다만 최근 플랫폼협동조합에 관한 여러 연구에서는 조합원 사이의 참여 격차나 의사결정권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결국 공동소유가 그저 명목에만 그치지 않고 민주적인 운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 폭넓은 참여 기회 보장, 그리고 운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플랫폼협동조합을 우리 지역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금과 자산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교육기관, 대학, 그리고 병원이 어떤 품목을 구매하고 그 지출이 실제로 어느 기업이나 지역에 돌아가는지 밝히는 작업이 선행된다. 아울러, 활용 가능한 공공 토지나 건물까지 빠짐없이 조사해야 한다. 이러한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노동조합, 협동조합, 주민조직 등이 한데 모여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리고, 이들이 지역의 구매, 고용, 자산 활용 계획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일회성 수요가 아닌, 꾸준한 필요가 있는 분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급식, 세탁, 시설 관리, 에너지 공급 등 일상적으로 수요가 지속되는 영역에서 공급 역량을 점검한 뒤,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회사를 창업하거나 기존 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구매기준, 금융·회계·기술 지원 정책에는 적정 임금 지급, 민주적 운영, 이익의 지역 내 재투자, 정보공개 등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조건들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기존과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지역 내에서의 구매 실적이나 기업의 수만 집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내 임금 수준, 고용 안정성, 노동자의 지분율과 의사결정권, 주거비 부담, 공동자산의 증가 등도 함께 따져봐야 진정한 변화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프레스턴 사례를 심층적으로 살핀 Rose 외 연구팀의 2025년 보고에서는 커뮤니티 웰스 빌딩 도입이 고용률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주었으며, 그중 일부 취약계층에서 더욱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물론, 한 도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성과가 재현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나아가 지역 구매만으로 지역 안에서 부의 분배 문제까지 전부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 프레스턴의 기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경제적 노력이 과연 취약계층 주민의 주거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느냐를 두고 여전히 질문이 남아 있었다. 결국 주민과 노동자가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과 권한이 실질적으로 어디까지였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민주사회주의 경제의 관점에서 커뮤니티 웰스 빌딩을 바라보면, 이는 생산수단의 공동소유와 삶의 공공성 강화가 지역 현장에서 시작되는 출발선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운영 같은 경제 활동뿐 아니라, 예산과 조달, 토지 정책 등을 바꿔나가는 풀뿌리 정치의 움직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주민과 노동자가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주체로 성장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정책 결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토록 연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